“스페인 인구 4880만 중 17%는 이주민”···빠르게 인구 구조 변하는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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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25%는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
스페인 극우정당인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 EPA연합뉴스
이민자 증가로 스페인의 인구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스페인 미성년자(17세 이하)의 약 25%는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정 정책 성공 여부에 스페인의 미래가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인어권 매체인 엘파이스는 11일(현지시간) “현재 스페인 인구는 약 4880만명이며 그중 17%에 해당하는 870만명이 (스페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 같은 인근 유럽국가보다 높은 비율이다. 다만 스페인 국적 취득자로 한정하면 비율은 12%로 낮아진다.
엘파이스는 “보통 이민자라고 하면 조각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는 아프리카 남성들이 떠오르지만, 현재 스페인의 대표적인 이민자 그룹은 40대 라틴 아메리카 출신 여성”이라고 밝혔다. 전체 외국인 인구 중 라틴 아메리카의 비중은 37%로, 이는 다른 유럽 국가 평균(19%)의 거의 2배다. 스페인에 거주하는 외국인 10명 중 6명은 44세 미만이며, 중등 교육 이상을 받은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엘파이스는 전했다.
국가별로 보면 모로코에서 온 이들이 가장 많은데, 최근 10년 새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등 라틴 아메리카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늘었다.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은 현재 52만명으로 10년 전보다 3배 증가했으며, 콜롬비아 이민자들도 같은 기간 2배 증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온 이민자도 2배가량 늘었다.
이민자 증가는 스페인의 급격한 인구 감소를 막는 데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젊은 층의 유입이 늘면서 대학 등 교육기관과 노동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엘파이스는 분석했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미성년자 중에서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외국인인 비중은 22.3%로 나타났다. 외국에서 태어난 미성년자까지 확대하면 25%에 달한다. 이 때문에 다문화가정 정책 성공이 스페인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인 사회학자인 로사 아파리시오는 엘파이스에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청소년층에 대해 “스페인이 다양성이 풍부한 국가가 될 수 있는지 결정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면서 “이들이 갖게 되는 직업과 사회 통합 문제에 따라 스페인의 미래가 갈릴 수 있다”고 했다.
미성년 이민자 문제는 스페인 정치권 내에서도 중요한 이슈다.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Vox)는 중도 우파 국민당(PP)과 이민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다가 5개 지역 연립정부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스페인에는 총 17개의 자치주가 각각의 자치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복스는 그중 5개 지역에서 국민당과 연정을 구성해 운영해왔으나 지난달 갈라섰다. 미성년 이민자들을 수용하는 중앙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 여부가 갈등의 핵심이었다.
중도좌파인 사회노동당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스페인 정부는 보호자 없이 입국한 미성년 이민자 400여명을 수용해 스페인 전역으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내세워 온 복스는 이에 반대하며 지방 정부들이 여기에 협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도 우파인 국민당은 중앙 정부의 이민 친화 정책에는 반대하면서도 보호자가 없는 어린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지방 정부의 책임이라고 밝혀 복스와 갈등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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